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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일본소설 베스트셀러 분석 (3/5)

by 넛츠맘 2024. 4. 18.

국내에서는 진부할 만큼 평이하고 통속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많은 공감을 얻지 못하지만 황순원의 『소나기』의 일본판으로 여겨지면서 2004년 판매부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다음해 <파랑주의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지만 일본에서 만큼 큰 인기는 얻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가타야마 교이치의 작품은 2005년 이후 한국에서 번역되고 있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를 배경으로 하는 『냉정과 열정사이(冷靜と情熱のあいだ)』는 아오이와 쥰세이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이다. 월간 <角川>에 한 호에는 아오이의 이야기를, 다음 호에는 쥰세이의 이야기를 싣는 형식으로 연재되기 시작하여 2년이 넘는 동안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소설이다. 연재가 끝난 후에 <角川書店>에서 두 권의 단행권으로 출간하게 된다. 2년 동안에 걸쳐 주인공들의 취향과 다녔던 학교 등 기본적인 사항만을 공유하고 난 뒤 ‘ROSSO 편’은 에쿠니 가오리(江國香織)가, ‘BLU ’은 츠지 히토나리(辻仁成)가 각각 집필하였다.

 

2000년 11월에 번역 출간된 『냉정과 열정사이』는 2003년 10월, 이를 영화화 한 작품이 국내에 개봉된 것을 계기로 국내 독자들에게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 영화 관객 수는 24만명으로 겨우 체면치레만 했을 뿐이지만 출판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2003년과 2004년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르며 대중들에게 작가의 이름을 각인시켜주는 효과를 보았다.

 

그것은 『냉정과 열정사이』이후 또다시 베스트셀러에 오른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다. 12편의 단편을 모아 만든 『울 준비는 되어있다(号泣する準備はできていた)』는 제130회(2003)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가령 슬픔을 통과할 때, 그 슬픔이 아무리 갑작스러운 것이라도 그 사람은 이미 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면서 상처받은 삶에 대해 저자는 특유의 냉철함과 감성적인 표현을 더한 작품이다.

 

- 그때 내 심장의 일부는 이미 죽었다. 너무나도 외로워 말라비틀어져. p. 180

- 나는 다카시의 친절함을 저주하고 성실함을 저주하고 아름다움을 저주하고 특별함을 저주하고 약함과 강함을 저주했다. 그리고 다카시를 정말 사랑하는 나 자신의 약함과 강함을 그 백배는 저주했다. p.189

-작품 속 단편 「울 준비는 되어 있다」중에서

 

헤어짐을 겪은 사람들이 흘러나오는 이별노래 가사가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양 슬퍼하듯 여기 작품 속 주인공들의 상처 받은 모습의 표현들은 독자들의 상처의 아픔을 대변하는 듯 독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2.1.4. 2005년도 베스트셀러 작품분석

 

순위 도서명 (온라인) 도서명 (오프라인)
1 다빈치 코드 1 다 빈치 코드 1
2 모모 연금술사
3 연금술사 모모
4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제6권 1 미실
5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천국에서 만난 다섯사람
6 공중그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7 어둠의 저편 오 자히르
8 미실 어둠의 저편
9 천국에서 만난 다섯사람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10 오 자히르 그 남자네 집
11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공중그네
12 그 남자네 집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13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제6권 1
14 진주 귀고리 소녀 도쿄 타워
- 생 략

<표 11> 2005년 소설부문 베스트셀러 목록 (온·오프라인)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는 오쿠다 히데오[奥田英朗]의 『공중그네(空中ブランコ)』는 제 131회(2004년) 나오키상 수상작으로, 국내에서 ‘일본소설은 20대에서 30대 초반 여성이 타깃’이라는 공식을 깨고 남성 독자들에게 크게 어필하면서 30만부 이상이 팔린 작품이다.

『공중그네』는 뾰족한 물건만 보면 오금을 못 펴는 선단공포증 야쿠자 중간보스와 어느 날부턴가 공중그네에서 번번이 추락하는 베테랑 곡예사, 장인이자 병원 원장의 가발을 벗겨버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젊은 의사등 5명의 환자를 중심으로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사계절 내내 핫팬츠 차림으로 나다니는 간호사의 엽기적인 심리치료를 옴니버스 식으로 그렸다.

 

- 야쿠자 일이라는 게, 말하자면 고슴도치 같은 거잖아. 항상 상대를 위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그런 일은 누구든 지치게 마련이니, 그 반대급부로 끝이 뾰족하거나 예리한 물건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됐는지도···. p. 30

- 아기가 뱀을 무서워하지 않는 이유는 용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게 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라부도 틀림없이 똑같을 것이다. 아무 생각이 없는 거다. p.95

- 그런 행동을 1년 동안 계속해봐. 그럼 주위에서도 포기해. 성격이란 기득권이야. 저 놈은 어쩔 수 없다고 손들게 만들면 이기는 거지. p.151

- 『공중그네』 중에서

 

결국 모든 병의 근원은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이 작품은 이라부라는 정신과 의사의 웃음을 주는 심리 치료를 통해 재미를 더하며 5명의 환자 뿐만아니라 읽고 있는 독자들 즉, 바쁜 일상 속에서 겉으로는 문제없이 멀쩡하지만 저마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현대인들-의 심리까지도 치료해 주고 있다.

 

『도쿄 타워(東京タワ)』는 도쿄타워를 배경으로 두 가지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흔 살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미모와 교양을 가진 매력적인 여성 시후미와 친구의 아들이기도 한 스무 살의 평범한 미대생 토오루의 사랑이야기와 연상의 유부녀를 즐겨 사귀는 귀여운 바람둥이 코지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불륜이라는 코드를 담고 있지만 오직 시후미만을 위해 살아가고, 그녀를 통해 세상을 배우는 토오루의 모습은 오히려 독자들에게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품고 있는 절박감이나 열정을 투명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