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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의 국내 번역 출판 양상(2/5)

by 넛츠맘 2024. 4. 18.

<표 3> 해방이후 일본문학 번역 종수

        (단위: 종)
  1945년〜1959년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
번역종수 7 641 661 976
* 『일본문학 번역 60년』데이터 참조

 

<표 3>에서 보듯이 해방 이후에도 약 15년이라는 기간 동안 일본문학은 단 7편 밖에 번역되지 않았다. 한국전쟁과 남북분단, 한일 국교 단절이라는 사회적 상황과 당시 열악했던 출판 산업으로 인해 출판사들이 번역까지는 미처 신경 쓸 여력이 없었고, 반일 감정으로 인한 일본문학 기피 현상, 그리고 일제시대 일본어 교육의 영향으로 아직 원문을 읽는데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그 요인으로 들 수 있겠다.

 

그러나 60년대에 들어서부터 일본문학은 641종으로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사회적으로 혼란한 정국을 거치면서 문호개방으로 인해 일본문화를 수용하는데 그 경계가 느슨해졌고, 1965년에 체결된 한일 국교 정상화를 기점으로 작품성을 인정받거나 대중성 강한 작품들이 대량 유입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일어를 모르는 세대의 증가로 그 동안 접하지 못했던 일본에 대한 호기심을 서적을 통해서 충족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보여 진다.

또한 60년대는 대부분 전집이나 선집의 형태로 번역되고 있었다는 것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1962년도 『한국출판연감』에서는 “1961년에 한일관계가 다소 완화됨에 따라 일서가 다량 유입되어 거리에 범람하고 일서 번역 간행이 성행했으며, 어떤 잡지사에서는 일본소설 번역 특집호를 발행하여 불과 10여일에 재판까지 냈으며, 어떤 출판사에서는 일본문학선을 번역 간행하였고, 모 출판사에서는 전후 일본문제작품집을 번역 출판했는데 대개가 잘 팔렸다”고 기록하고 있다.

 

당시 가장 많이 번역된 작가로는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69종)이고, 다음으로 이시카와 다쓰조(石川達三, 22종), 미우라 아야코(三浦綾子, 20종)와 이시자카 요지로(石坂洋次郞, 20종),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 19종) 순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일본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당시 국내에서 최초로 개인 전집이 번역되기도 하였고, 그의 수상작품 『설국(雪國)』은 16회까지 번역되었다. 미우라 아야코의 작품도 대중적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는데, 1966년 <경향신문>에서는 “최근의 베스트셀러는 『원죄』,『빙점』,『사랑이 흘러간 곳』,『양치는 언덕』이고 대부분의 베스트셀러는 일본 번역서가 차지하고 있다.”고 하고 있다.

60년대 일본에 대한 호기심을 메우기 위한 방편으로 번역이 되었다면 70년대에 들어서는 그 목적이 상업적으로 변한다. 이를 테면 일본에서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면 일단 출판해놓고 보는 ‘묻지마 번역’이 주를 이루고, 판매질서를 고려하지 않은 출판사간의 무분별한 경쟁과 중복출판, 오역의 문제 등 출판윤리적인 면에서 사회적으로 비판이 일면서 많은 독자들을 잃어가게 된다.

 

이임자(1998)는 “모두가 해적출판에다가 전혀 전문가의 진단과 추천을 거치지 않은 이런 병적인 독서 경향은 한 동한 우리나라에 만연되는 풍조였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80년대 후반까지도 비슷하게 유지되다가 한국문예학술저작권 협회와 저작권 심의조정위원회가 생기면서 외국에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전문 번역가에게 번역을 맡기는 등 번역의 질적 고급화가 이루어지면서 도덕적인 번역 출판문화가 정착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70년대에는 한국문학의 대중화로 인해 일본문학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좁아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독자들이 일본문학에 요구하는 것은 한국문학보다 인정받았거나 아니면 쉽게 즐길 수 있는 양극의 작품 즉, 문학상을 수상작품 아니면 통속문학 등 양극화된 성격을 띠고 있는 작품들이었고, 이러한 일본문학은 한국문학이 채우지 못한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郎), 요시카와 에이지(吉川英治) 등의 역사소설, 가지야마 도시유키(梶山季之), 시미즈 잇코(水 一行), 시바타 렌자부(柴田錬三郎)로 등의 기업소설, 마쓰모토 세이초(松本清張), 모리무라 세이치(森村誠一) 등의 추리소설, 오치아이 노부히코(落合信彦)의 정치 외교소설, 와타나베 준이치(渡辺淳一)의 애정소설 등이 있다.

 

그리고 70년대의 특징 중의 하나는 기업(경제)소설이나 역사소설의 번역이 활발했다는 점이다. 가지야마 도시유키, 시미즈 잇코, 시바타 렌자부로, 시로야마 사부로 등의 기업을 배경으로 한 장편 소설들이 수십 권의 『경영대망』이라는 타이틀로, 그것도 ‘공저’라는 형식으로 합쳐서 출간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역사소설인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의 『대망(원제:德川家康)』도 전 20권으로 출간 되었는데, 이 작품은 당시 가정용 응접실 장식장의 한 층을 차지하던 품목 1위로 유명하였고, 비공식적으로 2천만권 이상이 팔려나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모리무라 세이치의 추리소설도 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소개되었는데, 70년대에 10종, 80년대에 26종, 90년대에 20종이 번역 출판되었고, 그의 작품 『인간의 증명(人間の 證明)』은 90년대까지 11개 출판사에서 번역되고 있었다.

 

<표 4>를 보면 70, 80년대에도 여전히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미우라 아야코가 가장 많이 번역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미우라 아야코의 작품은 소설 뿐만 아니라 수필과 성경 해석에 이르기까지 다수 번역되면서 그 종수가 70년대 59종, 80년대 154종으로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을 알 수 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경우 번역된 작품만 4편인데 출간 종수가 59종이나 되는 것으로 보아 역시나 중복출판이 성행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16) 김병철(1998)『한국근대번역문학사연구』을유문화사 p.143

17) 김근성(2008),『일본문학 번역 60년-무엇이 번역되었나』소명출판 p.43

18) 매일경제 1966. 10. 10일자 <도서책>

19) 이임자(1998), 앞의 책, p.180

20) 강우원용(2008),『일본문학 번역 60년-어떻게 읽었는가』소명출판 p.83

21) 김근성(2008),, 앞의 책 p.5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