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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의 국내 번역 출판 양상(4/5)

by 넛츠맘 2024. 4. 18.

1958년 『사육(飼育)』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는 60년대에 12종, 70년대 5종, 80년대 2종으로 국내에 출간 종수가 많지 않았는데, 90년대 들어서 63종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1994년 『만연원년의 풋볼(万延元年のフットボ-ル)』이라는 작품으로 일본에서 두 번째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영향이 컸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첫 번째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과 같은 뜨거운 반응은 없었다. 오에겐자부로의 작품은 주로 장편소설이기에 읽기에 다소 부담이 간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그의 작품인 ‘일본적’인 것과 거리가 먼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의 작품은 90년대에 들어 『사육』이 7회, 장편소설인 『개인적 체험(個人的な體驗)』이 6회 번역되었다.

기존의 중복출판의 관행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었다. 대표적으로 예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번역이 90년대에 들어 급속도로 늘어났다는 것인데, 번역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은 9편이고 출간된 종수는 41종이나 되었다. 이는 작가의 저작권 소멸에 따라 출판사들이 부담 없이 번역하게 된 대표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장 많이 중복 번역된 작품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도련님(坊ちゃん)』이 8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의 『라쇼몽(羅生門)』『코(鼻)』각 8회 번역되었다.

경제위기 직후엔 불륜을 다룬 콘텐츠가 각광받는다고 한다. 미국의 대공황 직후 소설들이 그랬고,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는 버블 붕괴시기에는 불륜의 극한적인 사랑을 담은 와타나베 준이치(渡辺淳一)의 작품 『실락원(失楽園)』이 일본출판 역사상 최초로 300만부를 돌파하였다. 국내에서도 90년대 33종이나 번역출판 되며 인기를 누렸고, 2011년 7월에는 일본에서 개봉 당시 흥행에 성공하였던 『실락원』이 국내에 14년만에 개봉하기도 하였다.

또한 90년대 들어서 일본에서 ‘전기소설(轉奇小說)’ 이라고 불리는 SF, 환타지 소설이 많이 번역되었는데, 요괴와 퇴마사가 등장하는 작품으로 키쿠치 히데유키(菊地秀行), 유메마쿠라 바쿠(夢枕獏), 환타지 소설로는 아라마타 히로시(荒俣宏), 다나카 요시키(田中芳樹) 등의 작품이 번역되었고, 일본의 대표적인 원로 SF작가인 호시 신이치(星新一)의 작품도 다수 번역 되었다. 그리고 환타지 호러 영화인 <링(リング)>으로 국내에 소개된 스즈키 코지(鈴木光司)의 작품, 아야쓰지 유키토(綾辻行人)의 추리소설 『관(館)』시리즈물이, 『일본 서스펜스 걸작선』『J미스터리 걸작선』등 추리소설 작품들이 소개되었다.

요시모토 바나나(吉本ばなな) 또한 90년대 일본소설의 대표하는 작가 중에 하나로 『키친(キッチン)』을 비롯해 다수의 작품들이 소개 되었으며 그녀만의 섬세하고 간결한 문체와 소녀취향의 만화 같은 표현으로 당시 젊은 여성들에게 지지를 얻었다.

 

 

2.2. 2000년대 이후 번역출판 양상

 

1990년대 말에 시작된 일본 대중문화 개방의 물결과 함께 2000년대에 들어서 한일 간의 교류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홍수처럼 넘쳐나는 일본문학의 번역 출판과 함께 장르에 있어서도 더욱 다양해졌다.

<표 6>을 보면 1990년대에 이어 2000년대에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열풍은 식지 않고 가장 많은 작품을 번역 출판하였으며, 무라카미 류 또한 가장 많이 번역된 작가로 이름이 올라와 있다. 특히 2009년에 출간된 『1Q84』(전 3권)은 하루키 문학의 결정판으로 평가 받으며 일본에서 출간 2개월 만에 223만부 이상이 팔렸으며, 출간 3개월 만에 2009년 일본전체 서적 판매 1위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국내에서도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19주 동안 연속 종합 1위에 오르며, 일주일 만에 10만부를 판매하고, 8개월 만에 100만부 판매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표 6> 2000년대 가장 많이 번역된 작가

순위 작가명 (출간종수) 순위 작가명 (출간종수)
1 무라카미 하루키 (62종) 11 다나카 요시키 (38종)
2 카야타 스나코 (57종) 12 나쓰메 소세키(36종)
3 시바 료타로 (56종) 아사다 지로 (36종)
4 이케다 다이사쿠 (55종) 14 호시 신이치 (33종)
5 야마오카 소하치(54종) 15 케이이치 시구사와 (32종)
히가시노 게이고 (54종) 하루히 토노 (32종)
7 미야베 미유키 (43종) 17 온다 리쿠 (31종)
8 사카키 이치로 (41종) 18 아키타 요시노부 (29종)
9 무라카미 류 (40종) 19 아키라 (27종)
10 츠키지 토시히코 (39종) 20 요시다 슈이치, 이시다 이라, 카도노 코헤이 (각 25종)
* 2000-2010년도『한국출판연감』데이터 참조하여 작성.

 

<표 6>을 보면서 번역 출판 양상에 대해 다음의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라이트 노벨(ライトノベル)이 문학의 한 장르로 자리 잡으면서 그 작품들의 번역 출판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시리즈물이기 때문에 대량으로 번역이 이루어지고 있다.

<표 6>에서 라이트 노벨 작가는 카야타 스나코(茅田砂胡), 사카키 이치로(榊一郎), 츠키지 도시히코(築地俊彦) 등을 포함해 총 8명이다.

 

라이트 노벨(ライトノベル)이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오락성 강한 소설로서, 현재는 성인들 사이에서도 많이 읽히면서 그 독자층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외형적인 특징으로는 표지가 만화나 애니메이션 풍의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고, 내용에 있어서도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정서가 많이 반영되어 특히 오타쿠들에게 인가가 많다고 한다. 2007년을 기준으로 일본에서도 전체 출판 시장에 1할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00년대 일본 번역소설 전체 발행 종수 가운데 라이트 노벨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1%에 달하고 있다. 국내에서 대원씨아이(주), 현대지능개발사, 학산문화사, 서울문화사 등의 출판사가 이러한 라이트 노벨 번역 출판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었다. 장르에 있어서도 SF, 판타지, 무협, 추리, 로맨스 등 다양하고, 여러 장르가 뒤섞여 있는 형태를 취하기도 한다.